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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l~R-15

거울세계 AU

이야, 드디어 와 주셨네요, 셉터4의 무나카타 실장님. 얼굴 보기 참 힘들었어요. 

제가 실장님 만나려고 호무라만큼은 아니어도 도심에서 나름 크게 난리를 쳤는데도 얼굴 코빼기도 안 비치더군요. 그래서 결국 제가 직. 접. 이 곳 셉터4로 찾아왔습니다. 당신을 만나겠다고 제 발로 셉터4에 찾아 온 스트레인은 아마 제가 유일할 거예요. 제 말 맞죠?

헤에, 웃으시는 거 보니 내 말이 맞나보네요.
사담은 이쯤에서 하고, 이렇게 와 주셨으니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아까 말했듯 도심에서 제가 그렇게 난리를 친 건 정말로 무나카타 실장님, 당신을 만나려고 한 겁니다.

왜냐고요? 전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거든요.

혹 '거울세계' 라고 들어보셨나요? 생소하다면 '평행세계', 혹은 '패러렐 월드'는요? 그래도 후자는 들어보셨군요. 거울세계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동의어, 혹은 유의어 쯤으로 보면 되거든요.

어쨌든 제 능력은 상대방을 거울세계로 보낼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세계와 같은 세계이지만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자신과 타인을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특히, 푸른 왕 무나카타 레이시 당신은 더더욱이. 모르는 척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거.

석판이라는 것 자체가 아예 없는 세상에서, 왕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인 당신과 당신이 보고 싶은 사람은 과연 어땠을지...지금처럼 지냈을지 아니면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지.... 이젠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 사람과 함께 말이죠.

이런, 칼까지 빼드셨다니 제가 제대로 건드렸네요.

하지만, 이 자리에서 절 죽인다면 당신은 다른 세계에서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릴 겁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스트레인이 어디 흔한 줄 알아요? 

뭐, 이 곳에 제 발로 왔을 때부터 살아서 나갈 수는 없겠다는 각오를 하고 왔으니 딱히 삶에 대한 미련이나 그런 것 따윈 없습니다. 목을 치시려거든 지금 치시죠.


...호오, 역시 관심이 있으시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당신과 전대 적왕, 스오우 미코토와의 관계는 뜬소문으로나마 알고 있습니다. 같은 왕권자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관계였다지요? 이런, 저도 이 이상으로 당신과 스오우 미코토와의 관계를 알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그렇게 죽일 듯 노려보진 마시죠.

어쨌든, 칼을 거두었다는 건 제 능력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뜻. 그러니 이걸 드리겠습니다.

그 푸른 구슬을 잘 간직하세요. 구슬을 쥐고 당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그 구슬이 당신을 거울세계로 인도할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용무가 끝나면 당신은 자연스레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한 가지 명심할 건, 그 세계의 무나카타 레이시에게 당신의 모습을 들켜서는 안됩니다. 그랬다간 시공간이 뒤틀려버려서 당신은 영원히 이 세계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될테니까요.

그럼, 여행에서의 행운을 빕니다.
푸른 왕.


***


"......."

스트레인의 말에 반신반의했지만 정말 눈을 떠보니 무나카타 자신은 더 이상 셉터4 제복이 아닌 사복을 입은 채 시즈메 번화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멍 하니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에서 서 있기를 몇 분, 문득 입고 있던 푸른색 재킷 주머니에 무게감이 느껴져 꺼내보니 단말이 들어있었다.

화면에 뜬 날짜는 20XX년 12월 10일. 무나카타가 원래 있던 세계의 시간으로 스오우가 죽기 며칠 전의 날짜였다.

왜 하필 시간이 이때인 걸까 싶어 착잡한 기분이 든 것도 잠시, 이내 이 곳에 온 이유를 떠올린 무나카타는 일단 번화가 일대를 돌며 단 한 사람을 찾기에 나섰다. 

살아있는 스오우 미코토.
원래의 세계에선 자신의 사벨 끝에서 바스라져간, 끝내 제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남자. 그를 제 손으로 떠나보낸 후, 아니 그 전부터 무나카타는 간혹 생각하곤 했다.

왕이 아닌 다른 세계에서 자신과 스오우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또 둘의 관계는 지금처럼 대립하는 관계인지 아닌지...

언젠가 스오우와 함께 밤을 보냈던 날, 무나카타는 저도 모르게 이 얘기를 입밖으로 꺼냈고, 스오우는 대답없이 그저 담배를 피우기만 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실없는 소리를 했다고 덧붙이려던 차, 깊은 숨을 내쉰 후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로 스오우는 무나카타에게 답했더랬다.

....어디든 지금보다는 낫겠지.

그 말을 한 황금빛 두 눈엔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없잖아 있었지만, 일면에는 그런 곳이 있다면 지금과는 달랐으면 하는 그의 바람 또한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 때 무나카타는 스오우에게서 이미 등을 돌린 채 누워 있어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알 리 없는 지금, 막연하게나마 그때 스오우도 조금은 진심이었기를 바란 무나카타는 상념에서 벗어나 찬찬히 익숙한 듯 다른 시즈메의 번화가를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


얼마 간 번화가를 거닐다보니 이 세계가 정말로 거울세계라는 것을 무나카타는 조용히 깨달았다.

일단, 이 세계는 정말로 석판이나 왕, 다모클레스 다운, 카구츠 크레이터 등이 전혀 없는 평범한 세계였다. 길을 걷다 보면 시내 어느 한 군데, 혹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스트레인 사건이 빈번한 원래의 세계와 달리, 이 곳은 스트레인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당연히 허리에 사벨을 차고 푸른 제복을 입은 셉터4며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호무라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세계가 정말 있었음에 내심 감탄하며 걷다보니 어느 새 무나카타는 어느 카페 앞에 멈춰 서 있었다. 번화가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래도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니 나름 인기있는 카페인듯 했다. 어떤 곳인가 싶어 간판을 확인한 순간, 무나카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Cafe HOMRA'

설마 제가 알고 있는 그 호무라일까 싶어 세차게 뛰는 심장을 간신히 가라앉히며 건물 외관을 찬찬히 보니, 확실히 바 호무라와는 많이 달랐다.

일단 업종이 다른데다     간판에 있는 'Cafe'가 그것을 증명했다     1층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 있어 가게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밖에서 커피를 즐기고 싶은 고객들을 배려한 야외 테라스도 마련해 두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 앞에는 오늘의 커피와 브런치 메뉴가 적힌 작은 입간판도 있어 무나카타가 알고 있는 호무라와는 전혀 다른 곳임을알렸다.

하지만 손님들의 주문을 받는 이들을 보니 완전히 다르지는 않았다.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흰셔츠에 검은 조끼와 바지를 입고 그 앞엔 검은 앞치마를 허리에 두른 채 주문을 받는 이들은 자신의 부하인 후시미 사루히코와 그의 절친인 야타 미사키였다.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채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은 제가 알고 있는 후시미와 똑같았으나, 셉터4 제복이 아닌 옷을 입고 셉터4 청사가 아닌 곳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니 제법 새로웠다. 뿐만 아니라 원래의 세계에선 이미 세상을 떠난 토츠카 타타라가 이곳에선 멀쩡히 살아있어 무나카타는 내심 놀랐다. 후시미, 야타와 다르지 않은 복장을 입은 채 분주하게 주방에서 요리된 음식을 서빙하는 그의 얼굴엔 사람 좋은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덩달아 음식을 받는 손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어디에서건 그는 여전하군요."

무색의 왕에게 살해당하기 전, 무나카타는 자주는 아니어도 몇 번 바 호무라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저에게 반감이나 적개심을 보이는 호무라 클랜즈맨들과 달리, 토츠카는 무나카타를 살갑게 맞아주곤 했었다. 상대가 호무라와 적대시되는 클랜의 수장이었도, 그는 늘 웃는 얼굴로 저를 반겼더랬다.

세계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며 속으로 생각할 때, 문득 한 가지가 무나카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토츠카가 있다는 건, 저 카페 안에는 그와 절친한 두 사람도 있다는 뜻.

그렇다면 혹시 이 곳에        

저 안에 자신이 찾는 이가 있을까 싶어 얼마간 통유리 너머 카페 안을 둘러보길 몇 분, 에스프레소를 내린다고 잠시 고개를 숙인 남자가 제 옆에 다가온 금발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자 무나카타는 숨을 크게 흡- 들이켰다.

"!"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에 황금빛 두 눈,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특유의 외모와 매사 나른한 기색이 역력한 태도. 

무나카타,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살아있는 스오우 미코토였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건지 흰 와이셔츠에 검정 바지, 그리고 허리엔 바지색과 똑같은 색의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는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더니 미리 준비된 잔에 커피원두의 진한 농축액을 받았다. 그런 뒤 잔을 작은 트레이에 담아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손님에게 직접 갖다주었다.

일한 지가 제법 되었는지 트레이를 한 손으로 받치는 것이며 감사하다고 말하는 건지 무어라 말하는 입가에 그려진 접객용 미소 등 그의 동작 하나하나엔 프로다움과 자연스러움이 깊게 베어있어 무나카타는 스오우에게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는 스오우의 뒤를 눈길로 쫓는 아메지스트 두 눈엔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해 있었다.

그가 건강히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 왕이 아니라 평범한 민간인으로 있는 것에 대한 안도감, 그리고 오직 이 곳에서만 그를 볼 수 있다는 슬픔...

그 생각을 하니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가가 시큰거려 무나카타는 심호흡을 깊이 내쉬며 감정을 추스리려 애썼다. 그러다 쿠사나기와 얘기를 나누던 스오우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자신이 있는 곳으로 돌리려 하자, 무나카타는 서둘러 자리를 떠 카페 건물의 좁은 골목에 몸을 숨겼다.

오래지 않아 카페문이 세게 열리는가 싶더니 누군가 밖으로 나왔는지 구두굽 소리가 들려, 무나카타는 최대한 벽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곧바로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미코토! 니 와 그러는데?"
"...같아서."
"뭐라꼬?"
"누가 날 보고 있던 거 같아서."
"하? 누가 니를 본단 말이고?"
"......."

스오우는 쿠사나기의 물음에 대답 대신 어깨를 한 번 으쓱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미간은 여전히 좁혀진 채 좀처럼 풀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주 찰나였지만, 스오우는 제법 익숙한 푸른 머리의 남자를 분명히 보았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푸른 머리의 남자는 현재 영국에 한 달 간 출장을 가고 없었고 며칠 뒤 입국할 예정이었다.

설마 벌써 온 건가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만일 그랬다면 그는 곧바로 카페 안으로 들어와 저를 놀라게 했을 테지, 결코 카페 밖에서 저를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체 누구였을까, 라는 의문만이 스오우의 머리속을 가득 채웠지만 이내 토츠카가 주문 들어왔다며 자신과 쿠사나기를 부르는 소리에 그는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으음? 킹? 왜 그래?"
"...아니다, 아무것도."
"?"

토츠카는 궁금하다는 눈으로 스오우를 보다 이내 쿠사나기에게로 시선을 돌렸으나, 쿠사나기도 모르겠다며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뒤 들어가자며 토츠카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한편, 차분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무나카타는 세 사람이 완전히 들어가고 나서야 저도 모르게 참고 있던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러다 저의 시선을 느끼고 따라 나온 스오우를 떠올리고는 이내 피식 웃었다. 왕이었을 때도 자신에 관해서는 유달리 날카로운 감각을 가진 스오우였는데, 세계가 달라도 그 점은 변하지 않은 듯했다. 해서 그것이 기쁘고 뿌듯했지만, 그의 눈과 입가에 그려진 미소는 그와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하지만 무나카타의 머리와 마음 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가 건강히 살아 있어서,
그가 아끼는 사람들과 있어서,
그가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다.


***


그로부터 며칠 동안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뒤를 은밀히, 그리고 조용히 쫓았다.

처음 며칠은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 카페 근처에서 스오우가 오길 기다렸으나, 그의 예상과 달리 쿠사나기가 먼저 온 것을 보고서는 게으른 사자 성격이 어딜 가지 않아 무나카타는 쿡쿡 웃었다.

결국 스오우는 매번 제일 늦게 출근했고, 해서 어느 날 카페 브레이크 타임 때 무나카타는 식당 근처의 골목에서 쿠사나기가 그에게 타박하는 소리를 듣고서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미코토, 마! 카페 사장이라는 짜슥이 나보다 더 늦게 오면 우짜자는 긴데!?"
"...그러는 너도 카페사장이면서. 너라도 일찍 왔으니까 된 거 아니냐?"
"뭣...하아..니한테 뭘 바란 내가 바보지."

"!"

무나카타는 제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이라니, 그렇다는 건 스오우가 카페 호무라의 주인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스오우의 말을 미루어 봤을 때 쿠사나기도 그에 해당하는 듯했다.

혹시나 싶어 무나카타가 인근 식당의 주인에게 카페 호무라 사장에 대해 알고있느냐 물었더니,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설명해 주었다.

카페 호무라는 두 젊은 청년들, 쿠사나기 이즈모와 스오우 미코토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카페이며, 커피 맛은 물론 브런치 음식들도 맛이 꽤 괜찮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도 않아서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도 사람들 입소문을 타서 나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고.

이제 오픈한 지 반 년이 지났는데 제법 잘 되는 걸 보니 앞으로도 번창할 거 같다는 식당 주인의 말에 무나카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말을 전한 후 밖으로 나왔다.

한 번, 스오우가 왕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무슨 일을 했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직장생활이라던가 사회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스오우가 직업을 갖는다는 걸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비록 공동이긴 해도 카페 호무라의 사장으로, 또한 바리스타로 번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무나카타에겐 제법 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랬기에 무나카타는 스오우를 지켜보는 일을 결코 멈출 수 없었다. 그와 만나게 되면, 자신은 더 이상 이 세계에 머무를 수 없었기에, 한 시간이라도 더, 하루라도 더 많이 스오우가 일하는 모습을 눈에 더 담으려 했다.

말끔한 바리스타 복장을 입은 채 제법 진지한 눈과 자세로 커피를 내리는 스오우를, 여기가 아니고서는 더는 보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그 날도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뒤를 조용히 밟고 있었다. 그런데 쉬는 날인 것인지 스오우는 카페로 출근하지 않고 시즈메 번화가와 시장을 오갔다.

평소 사자갈기를 연상케하던 붉은 머리를 차분히 아래로 내리고, 옷도 바리스타 복장에서 벗어나 편한 사복으로 입은 그는 커피원두만을 취급하는 가게에 들러 커피원두를 하나하나 면밀히 따져보며 가게 주인과 대화를 나누었고, 장소를 시장으로 옮겨 브랜치 메뉴에 들어가는 각종 야채와 채소, 해산물과 육류 등 재료들을 꼼꼼히 따지거나 살펴보는 등 카페 사장으로서 해야할 일을 나름대로 착실히 수행했다.

"그냥 놀기만 한 건 아니었군요, 스오우..."

그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스오우를 지켜보던 무나카타는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의 모습을 찬찬히 두 눈에 담은 뒤 발걸음을 돌렸다.

오늘은 이쯤에서 하고 돌아갈까 하던 차, 뒤에서 다급하게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무나카타의 어깨를 두 손으로 붙잡고는 그의 몸을 홱 돌렸다.

"!"
"뭐야, 너 맞았네."
"...ㅅ, 스오우...?"
"아아. 요 며칠 누가 내 뒤를 밟는 거 같아서 기분 별로였는데 너였군. 언제 들어온거냐? 연락했으면 데리러 갔을 건데."
"......"

무나카타는 대답 대신 그저 멍 하니 스오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저를 보는 황금빛 두 눈에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 홀가분함이 아닌, 생생한 생기가 담겨 있었고, 제 어깨를 붙잡은 두 손에서는 죽은 자의 한기가 아닌 살아있는 자의 온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무나카타의 마음을 흔들게 한 건 스오우의 왼손 약지에 있는 반지였다. 값비싼 보석이 박혀있지 않은 심플한 은반지였지만, 스오우가 저에게 한 말을 유추했을 때, 무나카타는 어렵지 않게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세계의 자신과 스오우는 이미 사귀고 있는 연인사이라는 것을. 즉, 지금 스오우는 자신을 이 세계의 '무나카타 레이시'로 착각하고 있었다.

해서 저를 붙잡을 때 스친 안도감과 연락했으면 데리러 갔을 거라는 말을 한 것이 비로소 이해가 되어, 무나카타는 숨을 흡- 들이키고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이 이상 그와 눈을 마주 봤다간 제 감정을 더는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물론, 그와 마주치게 되는 시나리오를 상상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마주치게 되면, 최대한 태연한 자세로 그를 맞이하겠다고 스스로 여러번 다짐을 했지만, 막상 맞닥뜨리게 되니 제 결심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갔다. 그래서 어느 새 제 눈가에 맺힌 물방울을 떨구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썼다.

"...무나카타?"

대답 없이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연인이 걱정되었는지, 자신을 부르는 스오우의 낮고도 깊은 목소리엔 저를 향한 염려가 담겨 있었다. 그 애정이, 그 다정함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니 무나카타는 마음 한 구석이 쓰라렸지만, 제 바람대로 자신과 스오우는 다른 세계에선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라 마음이 놓였고 또 기뻤다.

이렇게 그가 저를 알게 되어버렸으니, 이 곳에 있는 것도 오늘로서 마지막이 될 것이었다. 이 세계에 오고 스오우가 있는 곳을 알게 된 후로 당장이라도 그를 만나고 싶었지만, 하루만, 하루만 더 있다가 만나고 싶다는 상반된 감정이 무나카타의 마음에 공존했었다. 비록 다른 세계의 스오우 미코토였어도, 일단 무나카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이었기에 왕이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하루라도 더 많이, 좀 더 오래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와 함께 시간을 같이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딱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여느 평범한 연인처럼 스오우와 함께 있고 싶다고, 거울세계로 안내하는 푸른 구슬을 쥐면서 그렇게 빌었으니.

해서 목이 메이려는 걸 간신히 삼키고는 이내 고개를 들어 미소를 띤 얼굴로 스오우를 보며 말했다.

"너무...오랜만에 봐서 그랬습니다."
"헤에, 못 본 한 달새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 되었는데?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뭐라는겁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무나카타가 표정을 고치고 검지로 안경 가운데를 밀며 저를 매섭게 보자, 스오우는 쿡쿡 웃은 후 말했다.

"솔직하지 못하긴...짐은?"
"네?"
"캐리어나 가방은 어쨌냐? 빈 손인걸 보니 벌써 집에 갔다 온거냐?"

그제야 무나카타는 이 세계의 자신이 해외로 나가고 없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대충 둘러댔다.

"공항 근처 호텔에다 맡기고 왔습니다. 당신은요? 그간 잘 지냈습니까?"
"흐음, 글쎄..."

스오우는 말끝을 흐리며 무나카타를 힐끗 보더니 이내 예고도 없이 그를 두 팔로 꽈악 끌어안았다.

"ㅅ, 스오우...!"
"보고 싶었다, 무나카타."
"!"
"한 달, 참 더럽게 안 가더군. 내가 이 날만 기다린 거 아냐?"
"......"

저를 감싸안은 온기와 보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에, 무나카타는 다시 한 번 울컥해 하마터면 겨우 삼킨 눈물을 떨굴 뻔했다.

변함없이 따뜻한 체온과 담배향이 섞인 특유의 머스크, 그리고 너른 품은 무나카타가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스오우의 것과 너무나도 똑같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그 느낌을 간직하고파 그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헤에,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나보군."
"...시끄러워요."

평소와 다른 연인의 행동이 의아해 한번 해 본 말에 무나카타가 나직이 반박하자, 스오우는 그저 낮게 쿡쿡 웃은 후 무나카타의 허리에 두른 두 팔에 조금 더 힘을 실어 그를 끌어안았고, 무나카타도 그의 포옹을 돌려주며 어깨에 고개를 얹었다.

그 후, 두 사람은 번화가에서 모처럼 오붓한 데이트를 즐겼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명색이 바리스타이면서 정작 스오우는 생과일 주스를 주문해 무나카타는 쿡쿡 웃었다    , 무나카타가 즐겨가는 서점에 들러 책과 퍼즐을 구경하는 등 스오우와 자신이 평범한 연인이었더라면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는 저녁이 되었다.

주말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번화가도 낮이었을 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무나카타는 스오우와 손깍지를 낀 채 인파들을 지나치며 거리를 거닐었다.

손 잡고 걷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땐 왜 하진 못했을까,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 후회만이 무나카타의 머릿속에 맴돌때, 별안간 스오우가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스오우?"
"......"

조심스레 무나카타가 그를 불렀으나, 스오우는 대답 대신 무나카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깊은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분명 너는 '너'인데...'너'가 아니지?"
"!"

사실, 스오우는 무나카타를 처음 봤을 때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처음엔 그저 한 달만에 제 연인을 봐서 그런 것이려니 치부했지만, 점심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가서야 그가 자신이 알고 있는 '무나카타'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다. 영국출장은 어땠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얼핏 듣기엔 자연스러웠지만 어딘가 묘하게 꾸며낸 데가 있었고, 이상하게도 저와 시선을 오래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것은 자신의 왼손 약지에 있는 반지와 똑같은 반지가 무나카타의 두 손 어디에도 없었다. 

스오우가 알고 있는 무나카타는 서로 연인이 되었다는 증표로 반지를 끼게 된 후, 씻을 때를 빼고 단 한 번도 뺀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 눈앞에 앉아 있는 무나카타 레이시가 자기가 사랑하고 몇 년간 알고 지낸 무나카타 레이시가 아니라는 걸 조용히 깨달았다. 제 연인 행색을 하는 그를 그 자리에서 추궁할 수 있었겠지만, 스오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무나카타도 그것이 궁금했는지 스오우와 깍지꼈던 손을 조심히 풀고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물었다. 정체를 들켜버렸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왜....말 안 했습니까?"
"...네 얼굴, 금방이라도 울 거 같았거든. 날 볼 때마다."
"!"

마치 저를 꿰뚫어 본 것처럼, 예리한 지적에 무나카타는 놀라 고개를 들고 스오우를 보았다. 제 연인과 똑같은 아메지스트 두 눈에 담긴 감정을 읽은 스오우는 제 추측이 맞았다고 판단하고는 어딘가 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날 볼 때마다 그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그 곳의 '나'와는...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

어떻게 이 사람에게 말할 수 있을까.
그 곳에선 내 손으로 당신을 죽였노라, 차마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더 생각했단 북받치는 감정에 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 거 같아 무나카타는 목에 메인 응어리를 간신히 삼키고 화제를 돌렸다.

"...이 세계의 '나'는...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스오우는 짧게 "로펌."이라 답한 후 이어서 말했다.

"수석으로 법대에 들어가더니 졸업도 조기졸업했다. 졸업하자마자 로펌에서 스카웃해갔지."
"...과연 '나' 답네요."
"...너는?"
"네?"
"너는 무슨 일을 하고 있냐?"
"경찰...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왕이니 석판이니 제가 있던 세계를 설명하기 보다 청왕의 임무와 비슷한 직업으로 둘러댔지만, 스오우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잘 어울리네."라 답하며 입가에 호선을 그렸다. 그 미소를 본 무나카타는 이 사람도 이렇게 웃을 줄 알았구나 싶어 눈가가 시큰거리는 걸 느끼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설마 이번엔 진짜 우는 건가 생각한 스오우가 그를 부르려 할 때, 그의 재킷 주머니에 있던 단말이 울려 꺼내보니 진짜 제 '연인'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액정화면에 뜬 저와 똑같은 얼굴을 본 무나카타는 쓰게 웃은 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스오우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이제야 입국한 모양인지 스오우가 공항으로 가겠다고 했으나 단말 너머의 상대가 거절의 답을 해준 듯 그는 이내 자신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 뒤 저를 물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보고 있는 무나카타와 눈이 마주쳤다. 직접 말하지 않아도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 되었다는 걸 스오우는 조용히 깨달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 말없이 있던 두 사람은 멀리서 짙은 블랙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목에는 네이비 머플러를 두른 채 오고 있는 이 세계의 무나카타 레이시를 발견했고, 무나카타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오늘 하루 동안 함께 있던 이는 바로 자신이었는데, 스오우의 진정한 연인이 정말로 오니 자신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저와 키도, 얼굴도 똑같은 사람인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고, 또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고 있는 그를 보니 그러지 못한 자신과 비교되어 서글픈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스트레인이 했던 말을 잊지 않은 무나카타는 고개를 들어 마지막으로 스오우를 오래도록 제 두 눈에 담았고, 스오우도 그런 무나카타를 말없이 바라 보았다. 비록 작별의 인사말이 직접 오가지 않았지만, 스오우의 황금빛 눈과 무나카타의 아메지시트 눈은 서로에게 작별을 고했고, 무나카타는 그에게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발걸음을 돌려 인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게 그가 가는 모습을 한참이나 보던 스오우는 등 뒤에서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에 입가에 호선을 길게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그의 눈 앞에는 영국에서 한 달간의 출장을 끝마치고 돌아온 진짜 '무나카타'가 있었다. 오랜 비행시간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수정빛을 머금은 두 눈엔 오랜만에 연인을 봐서인지 생기가 감돌았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잠깐 누굴 만나고 있었다."
"누구였는데요?"
"...너랑 아주 많이 닮은 사람."
"네?"

반문하는 연인을 스오우는 말없이 두 팔로 끌어안아 제 품에 가두었다. 갑작스런 그의 포옹에 사람들이 본다며 무나카타는 버둥거렸지만, 그만하라고 물러날 스오우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이내 포기하고 얌전히 스오우의 품에 기대었다. 한 달만에 담배향과 커피향이 섞인 스오우 특유의 머스크를 맡으니 이제 정말로 돌아왔구나 싶어 무나카타는 두 팔로 스오우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그의 포옹을 돌려주었다. 그걸 느낀 스오우는 무나카타를 안은 두 팔에 조금 더 힘을 실었고 이내 쿨워터향을 간직한 푸른 머리칼에 고개를 묻으며 말했다.

"진짜 너네..."
"그럼 진짜 나지, 가짜이겠습니까?"
"......."
"아까 나와 아주 많이 닮은 사람을 만났다더니, 그래서 그러는 겁니까?"
"아아."

그게 뭐냐며 무나카타는 푸스스 웃었지만 어쩐지 착 가라앉은 스오우의 분위기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두 손을 들어 그의 뺨을 감싼 뒤 엄지로 양 볼을 부드럽게 쓸었다.

"진짜 내가 왔는데, 이런 식으로 맞이할 겁니까?"
"그럴리가."

샐쭉한 척하며 건넨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스오우는 낮게 쿡쿡 웃은 후, 한 손으론 제 볼을 감싼 무나카타의 손을 덮었고 남은 손으론 그의 뒷머리를 감싸고는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가 한복판이었어도, 재회의 입맞춤에 젖은 무나카타는 주위의 시선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스오우가 선사하는 키스에만 집중했다. 뺨을 감싸던 두 손을 내려 이젠 스오우의 목을 두 팔로 감쌌고, 고개를 기울이며 제 입안 이곳저곳을 헤집는 뜨겁고 여린 살을 받았다. 

하지만 곧 차오르는 숨으로 인해 둘은 입술을 뗐지만 이마를 서로 맞대며 거칠어진 숨을 골랐다. 그리고는 이내 서로 푸스스 웃으며 다시 한 번 서로를 꼬옥 끌어안으며 그리웠던 온기를 오래도록 나누었다.


***


"...여긴..."

다시 눈을 뜨니 그가 있던 곳은 셉터4 청사 내에 있는 자신의 방이었다. 거울세계에 제법 머물렀는데도 침대 협탁에 있는 전자시계는 오늘 날짜가 그가 거울세계로 떠났던 날 그대로라는 걸 알렸다. 다만 창문 너머의 하늘은 청명한 파랑이 아닌 짙은 남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제야 원래 자신의 세계로 돌아왔음을 깨달은 무나카타는 주저앉듯 쓰러지더니 비로소 그 세계에서 억눌렀던 제 감정을 모두 토해냈다. 두 팔로 제 몸을 감싼 채 몸을 들썩일정도로 소리 내어 우는 그의 얼굴엔 스오우가 제 사벨 끝에서 바스라졌을 때도 흐르지 않은 투명한 물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물론 자신도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스오우와 자신이 민간인으로 태어났으면, 제가 스오우를 자신의 손으로 보낼 일도 없을 테고, 애초에 스오우가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거울세계의 두 사람처럼 평범하게 데이트를 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도 거리낌없이 애정을 표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나카타는 그 세계의 무나카타가 이토록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 곳의 스오우와 자신은 자기가 항상 상상하던 그 모습이었고, 또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반면,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걸 떠올리니 애써 잊고 있던 상실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토록 만나 보고 싶었던 스오우를 만나고, 손을 잡고, 또 대화를 하고 짧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잠시나마 행복하기도 했다. 그가 떠난 후, 매번 꾸는 꿈에선 그와 이야기는커녕 심지어 포옹 조차 나눌 수도 없었으니.

그렇게라도 보고 싶었던 그를 만났으니 이젠 되었다고 머리는 시키지만, 그를 가슴 속에 깊이 묻은 무나카타의 마음은 아니었다.

"스오우....스오우...."

닿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린 이의 이름을 부르는 남겨진 이의 애가(哀歌)는 밤이 깊어져도 끊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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