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의 리더, 스오우 미코토에겐 보통 사람과 다른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그가 석판으로부터 선택받은 '왕'이라는 것이겠지만, 두드러진 점은 바로 남들보다 더 높은 체온이었다.
일반 사람이 36.5도 보다 높은 체온을 가지면 열병에 걸리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곧바로 신체의 이상을 느끼지만 스오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1년 365일을 36.5도 보다 높은 체온을 가지고 있어도 그는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이러한 그의 체온은 겨울이 되면 특히 빛을 발했는데, 그런 그를 친우인 쿠사나기 이즈모는 '걸어 다니는 인간 난로'라 빗대었다. 그리고 스오우와 함께 살고 있는 무나카타 레이시도 그 비유를 부정하진 않았다. 그는 다른 계절보다도 기온이 시리도록 차가운 계절에 따뜻한 스오우의 품 안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걸 좋아했고, 자신만의 '난로'를 적극 활용했다.
이렇듯 체온 자체가 남들보다 높다보니 오리털 패딩이나 거위털 패딩을 입는다던가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다는 등 다른 사람들이 체온 높이려고 하는 것들을 스오우는 필요로 하지도 않았고, 선호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뜨끈한 욕조에 잠기는 것도 답답하고 따분해서 싫어하는데 반해 무나카타는 정반대였다. '하루의 마지막을 욕조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면 하루의 때를 씻어낼 수 없다'는 주의라 그는 퇴근 후 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욕실로 직행했다.
스오우는 그런 무나카타를 이해 못했으나 무나카타가 매일 욕조에서 몸을 씻지 않으면 자신과 같이 할 생각은 꿈도 꾸지마라고 엄포를 놓은 탓에 어쩔 수 없이 목욕해야 했다.
***
그 날도 늘 그렇듯 스오우는 습관처럼 거품이 가득 풀어진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밖에서 대충 저녁을 먹고 뜨끈한 물을 받았을 때가 8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었고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났는데도 무나카타는 아직 집으로 오지 않았다.
야근인가보다 여기며 스오우는 숨을 내쉰 후 물기로 차분하게 내려앉은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기며 나른한 몸을 욕조에다 기대었다. 그리고는 물에 잠겨있던 왼손을 들어 손등에다 턱을 괴었다. 따뜻한 수증기가 욕실 안을 가득 채우고 물의 온기 식었다 싶으면 제 능력으로 다시 데웠다 가 전해져오다 보니 서서히 졸음을 느끼던 중 갑자기 욕실 문이 소리 나게 쾅- 열어젖혔다.
그 때문에 스오우는 깜짝 놀랐긴 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욕실 안으로 들어온 이를 보았다. 그런데 상대가 더 놀란 눈치였다.
뛰어왔는 모양인지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숨을 고르고 있었고 막 일을 끝내고 왔음을 알려주듯 제복을 입은 채였다. 스오우는 자신을 보더니 안심한 듯 안도의 숨을 내쉬는 그에게 물었다.
"...너 뛰어 왔냐?"
그, 무나카타 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생각보다 길어진 야근을 끝내고 집에 있을 스오우를 생각해서 정신없이 왔더니 집안은 어둠이 내려앉은 것 마냥 깜깜했고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불을 켰지만 있어야 할 사람은 여전히 보이지 않아 그는 이방 저방을 열어봤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욕실을 열어봤는데 거기에 자신이 찾던 남자가 있자 무나카타는 어쩐지 허탈한 기분이 드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자신이 찾아다녔다는 티를 내기 싫어서 숨을 골라 내쉬면서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있었습니까? 그리고 대체 집안의 불은 왜 다 꺼 두었고요?"
"하? 나도 그냥 나갔다 오자마자 여기로 온 거야."
"저녁은요?"
"밖."
스오우는 여전히 졸음이 담긴 눈으로 무나카타를 응시하며 대충 답했다. 그의 답을 들은 무나카타가 고개를 짧게 끄덕인 후, 옷은 어디에다 두었냐며 욕실을 두리번거리자 그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풀어 욕실 한 구석에 벗어 놓은 자신의 옷더미들을 가리켰고 그걸 본 무나카타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세면대 밑에 있는 옷 바구니를 깔끔히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벗어둔 옷들은 이미 물에 반쯤 젖어있었고, 무나카타는 누가 여기다 옷 벗어두랬냐며 잔소리 어린 말을 던지더니 그의 옷가지들을 들어 바구니에다 담았다. 스오우는 그런 무나카타의 잔소리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 가볍게 듣고 넘겼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뚱한 표정을 지었다.
무나카타와 함께 살게 된 후로 그는 제 나름대로 착실하게 그가 시키는 것을 따랐다. 번거로워도 밖에 나갔다 오면 항상 1~2시간 목욕도 하고, 입욕제 같은 건 귀찮아하는 스오우였지만 무나카타를 위해서 그가 좋아하는 향이 나는 입욕제도 풀어놓는 등 평소 자신이 절대 하지 않는 것을 오직 그를 위해서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쯤은 사소한 것 정도는 그냥 가볍게 넘겨도 좋겠건만 무나카타는 여전히 사사건건 물고 넘어지며 까탈스럽게 굴었다.
그래서 스오우는 빨랫감을 바구니에다 담은 후 자신에게 다가오는 무나카타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나카타는 스오우가 어딘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저를 보고 있는 것에 왜 그러냐며 물으려 했다. 그러나 그러기도 전에 물에 잠겨있던 스오우의 오른팔이 물기를 뚝뚝 떨어뜨리며 그의 하얀 손목을 붙잡았다. 옷에 무언가가 묻는 걸 제일 싫어하는 무나카타가 그것을 좋아할 리 만무. 그는 물에 젖어가는 제복 코트의 소맷자락을 보고서는 단번에 표정을 굳히더니 붙잡힌 제 손목을 빼려했다.
"뭐하는 겁니까? 이거 놓으세요."
그러나 돌아온 건 코웃음 친 후 어차피 너도 씻어야한다는 스오우의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는 무나카타에게 일말의 말할 기회를 주지도 않고 붙잡았던 그의 팔을 확 잡아당겼다. 하지만 욕조에서 흘러넘친 거품 때문에 바닥은 미끄러웠고 무나카타는 그 때문에 몸을 휘청하다 벽에 머리를 박을 뻔했지만 그러기 전에 자신을 끌어당긴 스오우 덕에 결국 욕조 안으로 몸이 기울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욕실에는 커다란 첨벙- 소리와 함께 거품과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순식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쫄딱 젖게 된 무나카타는 정말 질색이라는 표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안 그래도 옷이 더럽혀지는 걸 싫어하는 그였는데 그것도 제복을 입은 채로 물에 잠기자 그는 기분이 더더욱 좋지 않았다. 거기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목제 욕조는 쓰잘데기 없이 넓어 무나카타는 딱 그 순간에만 욕조가 넓은 것이 정말 싫었다 물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튄데다 머리카락에서는 거품이 흘러내리고 셔츠 안으로는 물이 들어가는 등 갈수록 그의 기분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래서 무나카타가 스오우를 거의 죽일 듯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그를 응징하려 할 때, 스오우는 그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했다.
흉흉한 무나카타의 눈빛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천천히 그의 얼굴로 손을 뻗어서 부드러운 손길로 눈꺼풀과 뺨을 스윽 닦아 내렸다. 무나카타는 이 남자가 지금 뭐하는가 싶어 멈칫했지만 그가 걷어낸 것이 거품이었다는 것을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그런데 거품을 걷어 낸 그의 손이 너무나 상냥하고 따뜻해서 무나카타는 잠시 멍 해졌고 그 틈을 타 스오우는 오른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감싼 뒤 자신 쪽으로 잡아 당겨 그의 입술을 제 것과 포개었다.
불과 5초 전의 기분 같았으면 바로 스오우에게 주먹을 날렸을 무나카타였겠지만, 마치 문을 열어달라는 듯 말캉한 여린 살이 제 입술을 간질이는 감각에 어째서인지 반항심이 사그라졌고 기분이 묘해져서 얌전히 눈을 감고 입을 열어 그의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스오우의 목에 양팔을 둘러 오히려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임했고 스오우의 혀를 제 것과 얽었다. 눈 깜짝할 사이와도 같은 시간 만에 일어난 제 심경의 변화에, 무나카타는 욕실의 습한 공기와 따뜻한 물에서 피어오르는 열기 때문에 이상해 진 것이라 여기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자신의 뒤통수를 감싼 손이 양 손으로 늘어나 제 뺨으로 옮겨왔고, 크고 따뜻한 두 손이 제 볼을 감싸며 입 안을 헤집자 무나카타는 짧은 미소를 띤 후 스오우의 무릎 위로 자리를 잡아 좀 더 편한 자세에서 그에게 열렬한 입맞춤을 선사했다. 서로 고개의 각도를 기울이며 집어삼킬 듯 입안을 탐하는 그들의 혀끝에선 각각 말차 특유의 쌉싸름한 맛과 담배와 버본 위스키가 어우러진 독특한 맛이 났고, 두 사람은 그 맛과 향에 이끌려 입맞춤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하지만 키스가 길어질수록 차오르는 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시 떨어져야 했지만 스오우는 입술만 살짝 떼고는 숨을 잠시 고르며 피식 웃었다. 그것에 무나카타가 숨을 고르다 말고 의아해하자 그는 입가에 만만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완전 할 마음이잖아, 무나카타."
무나카타는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가 욕실 안에 울리면서 퍼진 말을 듣고는 얼굴에 열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내 그를 째릿 노려보며 그의 말을 받아쳤다.
"웃기지 마세요. 당신, 이 욕조에 무슨 환각향이라도 탄 거 아닙니까?"
그도 그럴 게 오늘따라 욕조에 푼 입욕제가 평소의 것과 다르다는 느낌을 무나카타는 좀처럼 지울 수 없었다. 레몬이나 라벤더같이 코끝을 달큰하게 자극하는 향이 아닌 피톤치드나 민트 향처럼 어딘가 시원하면서도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혹적인 향이었다. 마치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것처럼.
스오우는 아까보다 좀 더 크게 쿡쿡 웃으며 그랬다고 답했고, 무나카타는 이 인간이 정말 탄 건가 싶어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을 겉으로 티내지 않고 그렇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곧 스오우의 양손에 붙잡혔고 스오우는 그의 시선을 자신한테 고정시킨 후 고개를 가까이 갖다 대었다. 입술이 닿을 듯 말듯 할 정도의 거리에서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넌 언제나 내 체향으로 흥분하잖아."
"......!"
무나카타는 허를 찔린 듯 어떠한 표정을 지을 수도 없었다. 평소 스오우가 음험하다, 기분 나쁘다고 여기는 특유의 포커페이스도 전혀 만들어지지 않아 그저 놀란 표정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거기다 지금 욕조에 풍기는 알싸한 향에 제 눈앞에 거의 맞닿아 있는 스오우 특유의 화이트 머스크 체향이 더해져 그의 감각을 교란시켰다. 아까 키스했을 때와 달리 훨씬 더 강하게 후각을 자극하고 더 짙은 내음을 내는, 그만이 가진 독특한 향에 무나카타는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이내 입꼬리만 천천히 올리면서 낮게 쿡쿡 웃었다. 그리고는 스오우의 황금빛 두 눈을 그대로 마주보며 느릿한 손길로 제 안경을 벗어 세면대 위에다 둔 후 제 몸을 스오우에게로 더 가까이 밀착했다. 공기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새 없이 그의 탄탄한 가슴과 제 가슴을 맞대고 난 후, 무나카타는 물 아래 잠겨 있는 자신의 엉덩이 밑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스오우의 중심부를 느끼고는 미소를 더 짙게 지었다. 그는 스오우의 목에 둘렀던 팔 하나를 풀어 그 손으로 차분하게 내려진 그의 붉은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긴 후 욕망을 가득 담은 황금빛 두 눈을 내려다보며 짧게 답했다.
"과연...그렇군요."
그 말을 맺음과 함께 그는 이번엔 자신이 먼저 스오우의 입술을 제 것으로 덮었다. 물에 젖은 제복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무작정 달려들어 갈구하듯 그의 입 안을 혀로 훑었고, 스오우는 그러한 무나카타의 적극성에 흡족한 미소를 띠며 거품과 물로 살짝 젖은 무나카타의 머리칼을 오른손으로 헤집으면서 그의 입맞춤에 응해주었다.
무나카타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천천히 몸을 세워 스오우에게로 몸을 기울였고, 스오우는 재빠르게 그의 머리를 헤집고 있지 않은 손을 내려 무나카타의 바지 버클을 풀고 속옷과 함께 아래로 내렸다.
이미 물에 흠뻑 젖어 따뜻한데다 꼿꼿하게 위로 선 그의 페니스를 감싸자, 무나카타는 나지막이 신음을 흘리며 두 팔로 스오우의 목을 다시 감싸 안았다. 스오우는 낮게 쿡쿡 웃고는 벗겨낸 그의 바지를 풀어 헤쳐진 제복 코트와 함께 욕조 밖으로 던져버리고 그대로 무나카타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로인해 무나카타는 욕조에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가 되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두 다리를 벌려 스오우를 제 다리 사이로 들였고 그의 등허리를 감아 자신에게로 당겼다.
생각 이상으로 적극적으로 나오는 무나카타에 스오우는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를 연상케 하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매끈한 다리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좁은 문으로 망설임 없이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밀어 넣었고 오래지 않아 약지도 함께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거품 가득한 물 속이다보니 생각만큼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내벽을 넓히기가 쉽지 않아 그는 미간을 잠시 좁혔다. 그러나 무나카타가 평소와 달리 신음을 삼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흘리며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허리와 엉덩이를 같이 놀리자, 스오우는 재밌다고 판단, 그의 안에 넣었던 손가락들을 모두 빼내었다.
무나카타는 안을 들어찼던 느낌이 사라지자 앓는 소리를 냈고 스오우는 그의 반응이 재밌다 싶어 몸을 숙여 그의 목덜미를 물어뜯듯 거칠게 물며 동시에 성이 난 제 것을 풀어진 문 안으로 한 번에 넣었다.
내벽이 아까보다 더 크고 따뜻한 것으로 채워지면서 무나카타의 신음은 곧바로 탄성으로 바뀌었다. 물속에서 하고 있기 때문인지 루브나 윤활제가 없어도 페니스가 훨씬 유연하게 제 안으로 들어오는데다 뜨거운 물과 함께 거품도 같이 들어가는 바람에, 전에 없는 생경한 감각을 느낀 무나카타는 몸서리치듯 몸을 떨었다.
"흣...! 아...! ㅅ, 스오우..."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그에게 스오우는 고개를 숙여 콧등 위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무나카타는 그의 다정함 어린 키스에 잠시 멍 해졌다 양팔로 그의 얼굴을 잡아당기더니 눈꺼풀 위에 짧게 촉- 입 맞췄다.
이 모든 상황이 스오우는 너무 의외이고 재미있었다. 오늘따라 유달리 색다른 모습을 선보이는 무나카타가 신선했는데다 욕실의 열기와 키스로 인해 잘 익은 사과처럼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얼굴이 달뜬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으니 그렇잖아도 동한 몸이 더 뜨겁게 들끓어 올랐다. 그는 일말의 예고도 하지 않고 봐주는 것 없이 처음부터 무나카타의 스팟을 집요하게 쳐대기 시작했다.
딱딱한 욕조임에도 제 안을 들어왔다 나가는 스오우의 욕망과 제 몸을 감싼 그의 몸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해서 무나카타는 등이 불편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기분 좋다고 느껴 거리낌도, 가릴 것도 없이 신음을 뱉으면서 열심히 그의 페이스에 응했다.
"하아...! 읏...! 아...!"
"후우...윽!"
한동안 그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처럼 무나카타의 내벽은 평소 때보다 더 강하게 페니스를 조였고, 그 압박감에 스오우는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무나카타의 안으로 깊게 파고드는 속도는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르고, 더 격렬해졌다. 그래서 그가 움직일 때마다 입욕제의 거품이 스오우의 균형 잡힌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고, 욕조 밖으로는 하나가 된 두 사람의 춤사위에 물과 거품이 흘러넘쳤다.
밀폐된 공간이었던 탓에 두 사람의 숨소리와 신음소리는 메아리처럼 크게 울렸고 특히 스오우에겐 무나카타의 신음이 마치 하나의 아름다운 멜로디로 들려 아찔함을 선사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사정감이 급격히 몰려들어 그는 내벽의 깊은 곳을 마지막으로 강하게 찔렀다.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이름을 외치며 파정했고 동시에 스오우 자신도 그의 욕망을 숨김없이 비워냈다.
무나카타는 몸 아래에서 퍼지는 따스한 기운에 얕은 신음을 내며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두 다리와 두 팔로 스오우를 더 가까이 끌어당기면서 그의 귓가로 달뜬 숨을 생생하게 흘려보냈고 스오우는 그 자극에 다시 한 번 아래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열락에 젖어 있던 무나카타도 제 안에서 다시 크기를 키운 기둥을 느꼈는지 몸이 달아올라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좁은 내벽이 집어삼킬 듯 다시금 조이는 것에 스오우는 자신의 허리를 감았던 두 다리를 풀어 각각 제 어깨에 걸친 후 곧바로 쳐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욕조에서 그 자세로 두어 번 더 안고 상대를 품은 후에야 기진맥진해져 몸을 떼어냈다. 자신의 흔적과 무나카타의 흔적으로 뒤섞인 물에서 무나카타가 그대로 기절하려하자 스오우는 정신 차리라며 발그레해진 그의 뺨을 살짝 때렸다. 다행히 정말 기절한 건 아니었는지 무나카타는 곧바로 눈을 뜨더니 그를 째릿 노려보았다. 먼저 일어나겠다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데 스오우는 그의 자태를 보고서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상체를 감싼 긴 셔츠는 물에 젖어 무나카타의 유두와 복근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아래는 위와 대비되게 아무것도 입지 않은 하얀 맨다리였다. 거기다 허벅지 안쪽을 타고 백탁액이 다리 사이에서 물줄기와 함께 흘러내리는 모습은 꽤나 야릇해 스오우는 눈을 뗄 수 없었다.
그가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무나카타는 스오우에게서 등을 보인 채 젖은 셔츠를 벗은 후 샤워기로 몸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래서 샤워를 끝마치고 마른 수건으로 머리를 닦다 갑자기 몸이 붕- 뜨자 깜짝 놀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스오우가 자신을 안아든 채 곧장 침실로 향했고 침대 위에다 던지다시피 내려놓자 그는 짧게 앓는 소리를 냈다 뭐하는 짓이냐고 따지려 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제 몸을 뒤집고 그 위에 올라탄 스오우로 인해 좌절되었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몸의 물기가 침대 시트에 그대로 젖어들자 최소한 몸이라도 좀 닦자며 무나카타는 그를 밀어내려 했으나 스오우는 요지부동이었다.
"스오우!"
"설마 욕실에서 한 게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무슨 ㅅ- 흣!"
무나카타의 말은 스오우가 그의 귓불을 살짝 깨물고 핥는 바람에 완성되지 못했다. 그의 귓가를 간지럽혔던 감각은 목덜미에서 어깨, 올곧은 등줄기를 타고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고 그가 지나는 곳마다 열꽃 같은 붉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걸 무나카타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한 얕은 자극에 그는 나지막이 신음을 흘렸고 제 중심부가 다시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무나카타의 변화를 눈치 챈 스오우는 흡족한 미소를 짙게 지은 후 무나카타의 목덜미로 다시 고개를 옮겼다. 그가 입욕제로 사용했던 알싸한 피톤치드 향과 쿨워터를 연상케 하는 무나카타 고유의 체향이 코끝을 자극하자 그 향을 기억하려는 듯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새하얀 목덜미에다 자신의 순흔을 남긴 후 그의 무릎을 세워 엉덩이만 치켜들게 했다.
자세도 자세이지만 스오우가 2차전을 치르려 한다는 걸 비로소 실감한 무나카타는 마지막으로 안 된다고 내일 출근해야한다며 저항했다. 그러나 스오우는 코웃음만 쳤을 뿐이었고 도리어 꼼짝도 못하게 무나카타의 두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위에서 붙잡았다.
넓게 벌어진 문으로 한껏 성이난 자신을 밀어 넣기 전, 스오우는 몸을 숙여 무나카타의 귓가에다 대고 낮게 으르렁 거리듯 속삭였고, 그 말을 들은 무나카타는 앞으로 다가올 쾌감을 기대하는 몸이 흠칫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난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무나카타."
***
"수고했습니다, 아와시마 군. 스트레인의 심문은 아키야마 군과 함께 진행해 주시길."
"알겠습니다."
아와시마가 정중하게 목례한 후 집무실을 완전히 나가고 나서야 무나카타는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스오우는 침대에서 서너 번 더 안고 나서야 그를 놓아주었다. 처음 두 번은 입에 담기도 민망한 그런 자세로, 나머지 두 번은 자신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서로 마주앉아보는 자세로 한 뒤에야 무나카타는 간신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눈을 뜨고 나니 허리 아래에서부터 찌릿한 통증이 올라왔지만 무나카타는 애써 무시하며 천근같은 몸을 이끌고 출근 준비를 했다. 출근하기 직전, 누구는 새벽까지 시달려서 허리가 욱신거리고 아픈데 저는 뺀질한 얼굴로 천하태평하게 자고 있어 그 꼴을 보니 얄미워 잠자는 그의 얼굴을 베개로 꾸욱 눌러준 후 그와 잠시간 실랑이 "먼저 매달려서 내 밑에서 울던 녀석이 할 말이냐?" 능청스러운 그의 말에 아침부터 잘도 그런 말을 한다며 무나카타는 스오우에게 따귀를 선사했다 를 벌이고 나서야 출근한 무나카타였다.
욕실에서 1차전, 침실에서 2, 3, 4차전을 치르고 난 그의 허리는 지금 어떻게 꼿꼿하게 앉을 수 있냐며 비명을 질렀고 스오우의 정액을 가득 품었던 아래는 분명히 다 비워냈음에도 여전히 아렸다. 이제 출근한지 3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나카타는 오늘 하루만은 자신이 직접 나서야하는 스트레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그가 걱정해야 할 건 스트레인 사건이 아니었다.
집무실 문의 노크소리와 함께 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실장, 후시미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자신의 유능한 부하, 후시미 사루히코였다. 남들이 보기엔 껄렁껄렁해 보여도 자기가 맡은 일은 착실히 해내는데다 한 번 일을 하면 2, 3배가 넘는 성과를 창출하는 능력 있는 인재였다. 그런 그를 무나카타는 예의 미소 지은 얼굴로 반긴 후 결재해 달라는 서류를 넘겨받고 찬찬히 검토해 나갔다.
집무실에는 서류를 넘기는 소리 외에 어떠한 잡음도 들리지 않았지만 무나카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말없이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후시미가 제법 예리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다른 누구보다도 후시미에게만큼은 어제 스오우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키고 싶지 않아 그는 서류를 보던 시선을 후시미에게 돌린 후 물었다.
"왜 그럽니까, 후시미 군?"
"...아뇨, 아무것도."
하지만 그 말을 하는 후시미의 눈빛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눈빛이 아니었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것처럼 그의 푸른빛 두 눈은 날카롭게 자신의 상사를 노려보듯 응시했지만, 무나카타는 부하의 따가운 시선에도 동요하지 않고 그렇냐며 짧게 답한 후 시선을 서류로 다시 돌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결재서류에 서명했다. 그런 뒤 서류를 다시 넘겨주었고 후시미는 말없이 서류를 받고 짧게 목례한 후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문이 탁- 닫히는 소리에 무나카타는 참았던 안도의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
"했다는 티를 작작 좀 내던가 아니면 아예 내질 마시던가..."
아주 그냥 광고를 한다며 후시미가 닫힌 문을 향해 미간을 구기며 중얼거린 후 혀를 츳- 소리 나게 차면서 자리를 떴음을, 무나카타는 절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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