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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18

Happy New Year...After

* <Happy New Year>의 후편입니다.



무나카타의 의식을 깨운 건 반쯤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온 눈부신 햇살이었다.

 

 

새해 첫날의 햇살이 어두웠던 방 안을 비추자, 무나카타는 그제서야 여기가 제 집이 아닌 다른 곳인 걸 깨달았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스오우와 종종 정사를 나눌 때 찾아오는 러브호텔이었다.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건 스오우도 분명 여기에 있다는 뜻. 혹시나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의 시선 끝에는 제 허리에 두 팔을 감고 자신을 베개마냥 끌어안고 자고 있는 스오우가 있었다. 평소 불꽃을 연상케 하는 그의 머리는 차분하게 내려진 채였고 그 차분한 붉은 머리의 주인은 규칙적이고 고른 숨을 내쉬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

 

 

잠든 그의 얼굴을 보며 새해벽두부터 자신이 왜 이 남자와 이곳에 있나 싶어 머리를 굴리던 차, 어젯밤의 일들이 서서히 무나카타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



폐건물 옥상에서 신년 폭죽을 배경음악 삼아 깊은 입맞춤을 나눈 후,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곳이었다.

 

 

일단 들어서자마자 둘은 아까와 달리 서로를 잡아먹을 듯 입부터 맞추었다. 그러면서 서로의 두 손은 서로의 옷과 속옷을 거칠게 벗기느라 무나카타는 아침이 되어서야 제 셔츠 단추가 다 뜯긴 채 바닥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걸 보고서는 손으로 제 얼굴을 덮었다 분주했고 그러다 스오우가 무나카타를 문으로 밀어붙인 후 그를 들어올렸다. 무나카타는 새하얀 두 다리를 들어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스오우는 오래지 않아 미처 풀지도 않은 좁은 구멍으로 한껏 성이난 제 것을 밀어 넣었다. 평소라면 그렇게 하는 걸 절대 용납 안 했을 무나카타였겠으나 혀끝에서 감도는 버본의 깊은 맛과 향, 목덜미에서 발산하는 스오우 특유의 머스크, 그리고 거친 추삽질로 선사하는 쾌락 등에 젖어 그럴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1차로 문에서 거사를 치른 두 사람은 숨 고를 겨를도 없이, 스오우가 제 것을 빼지 않은 상태 그대로 무나카타를 안아들고 침대로 다이빙하면서 2차전으로 돌입했다.

 

 

처음엔 서로 마주보고, 그 다음엔 무나카타를 제 무릎 위에 앉혀놓고, 다음엔 등 뒤에서 안는 등 체위를 여러 번 바꾸어 가며 스오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안을 제 것으로 채우고 적셨다. 무나카타 역시 두 팔로는 스오우의 목을, 두 다리로는 스오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를 받았고 제 허리와 엉덩이를 쉴 새 없이 놀리면서 스오우에게 쾌감을 선사했다. 그리고 절정에 다다라선 스오우의 이름을 마치 주문처럼 외치며 땀으로 젖은 그의 너른 등에 손톱자국을 남겼다. 마치 제 것이라고 표식을 남기는 것처럼.

 

 

그렇게 서로를 깊게 탐한 두 사람은 새해의 첫 동이 터 올때까지 서로를 안고 또 품기를 반복했다.



***



방금 전의 일 마냥 생생하게 떠오르는 어젯밤 격렬했던 정사의 기억에 무나카타는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어째서 매년 새해 첫날을 연례행사처럼 스오우와 함께 러브호텔에서 맞이하는가에 대해 그는 의문이 들었으나 이내 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에는 기필코 이 남자와 새해 아침을 보내지 않겠다 지금 다짐해도 결국 그 해 마지막 날과 새해 아침은 늘 제 옆에 있는 남자와 함께 맞이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그와 이렇게 된 것인지는 무나카타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그와 함께 밤을 보내고 일어날때면 보통 사람보다 더 따뜻한 그의 체온이 자신을 감싸는 느낌이 결코 싫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그 온기가 없으면 이제는 허전할 정도로 스오우만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에 익숙해져버렸다.

 

 

그리고 그와 밤을 보내는 날이면 자신은 항상 스오우의 셔츠만 입은 채 눈을 떴다. 분명 서로를 탐할 때는 실오라기 하나 없는 전라의 상태였는데 눈을 뜨고 나면 무나카타는 언제나 그의 셔츠만을 입고 잠에서 깨어났다. 언젠가 그와 바에서 술잔을 기울였을 때, 무나카타가 취중에 한 말을 스오우가 기억한 것이다.

 

 

셔츠에 베인 당신 냄새, 꽤 좋거든요.

 

 

쓸데없는 걸 기억한다 싶다가도, 틀린 말이 아니었던 터라 무나카타는 제가 입고 있는 스오우의 셔츠에 코를 잠깐 묻었다. 어젯밤 그와 처음 문 앞에서 일을 치렀을 때 은은하게 났던 스오우의 머스크가 이번엔 제법 진하게 코끝을 자극했다. 맡아도 계속 맡고 싶은 중독되는 듯한 특유의 체향에 무나카타는 입가에 보기 드문 미소를 살짝 지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의 익숙한 온기가 등 뒤에서 저를 감싸 안고 있었다. 제 어깨에 고개를 얹고 자고 있다보니 그의 깊은 숨소리가 무나카타의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그 간지러운 느낌에 무나카타는 낮게 쿡쿡 웃고는 고개를 돌려 스오우를 바라보았다. 차분하게 머리 내린 호무라의 리더는 제 나이보다 조금은 더 어려보였고 또 어딘가 순수한 구석이 있었다. 천하의 스오우 미코토에게 '순수'라는 단어는 어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곤히 자고 있는 이 순간만큼 그는 마치 잠자는 아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그의 이러한 모습을 본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무나카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오래지 않아 호무라의 참모와 탁한 금발의 유쾌한 청년이 떠올랐으나 과연 그들도 잠자고 있는 스오우의 모습을 보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설령 같은 생각을 했다하더라도 지금 스오우는 제 곁에 있었다. 그것에 묘한 만족감을 느끼며 무나카타는 스오우와 마주 보려 몸을 돌리려 했다. 그 때, 제 몸 아래의 어딘가가 그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

 

 

마치 무언가 제 안을 들어찬 이상한 느낌에 무나카타는 미간을 좁히며 이게 무엇인지 알아내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느낌'의 정체를 알아챘다.

 

 

"......!"

 

 

무나카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자신을 뒤에서 격하게 밀어붙이던 스오우였다. 쉴 틈 없이 이어진 정사에 스오우의 페이스를 따라갈 힘이 없어 그저 스오우가 움직이는 대로 허리와 엉덩이를 움직인 반면, 스오우는 아직 힘이 남아돌았는지 흔들리는 무나카타의 허리를 붙잡고 추삽질을 이어나가다 기어이 무나카타의 깊은 곳까지 제 것을 찔러 넣었다. 그 순간, 이미 앞서 여러 번의 사정으로 더 이상 나올 것 같지도 않았던 무나카타의 페니스는 마지막으로 말간 액을 토했고 무나카타는 신음을 뱉느라 새된 목소리로 스오우의 이름을 외친 후 곧바로 의식을 잃었다.

 

 

정황상 스오우도 마지막으로 무나카타의 안에 파정한 후, 빼내지도 않고 그 길로 잠든 듯 했다. 무나카타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숨기지 않으며 저를 강하게 안은 스오우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움직일 때마다 연결된 접합부 사이로 간밤의 흔적이 무나카타의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렸고, 무나카타는 그 느낌에 몸이 흠칫 굳었다. 대체 얼마나 해댔으면 막고 있는데도 흘러나오는 거냐고 불평하려다 겨우 가라앉았던 얼굴의 열이 다시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거기다 아까 벗어난다고 움직이는 바람에 제 안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육중한 기둥이 그에게 결정타를 날렸다.

 

 

누구는 온몸이 뻐근하고 찝찝해 죽겠는데 저는 태평하게 자면서 느낄 건 다 느끼고 있어 무나카타는 그가 얄미워져 자신이 베고 잤던 베개를 들어 스오우의 얼굴을 푸욱 눌렀다.

 

 

"!!!!"

 

 

잘 자다 숨이 턱- 막힌 것에 스오우는 단번에 정신이 들어 제 얼굴을 누르고 있던 푹신한 무언가를 집어 침대 옆으로 던졌다. 그러고 나니 자신을 맞이한 건 저를 째릿 노려보고 있는 두 개의 아메지스트 눈이었다.

 

 

"무슨 짓이야!"

 

 

그러나 스오우의 짜증 섞임 외침은 이번엔 제 등을 찰싹 때리는 무나카타로 인해 답을 받지 못했다. 맨살에 닿는 화끈한 감각에 스오우가 앓는 소리를 냈어도 무나카타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보는 황금빛 두 눈을 쏘아보며 외쳤다.

 

 

"내가 넣고 자지 말랬죠!"


"? 뭘 말이야?"


"이거요!"

 

 

무나카타는 망설임 없이 제 아래를 덮었던 이불을 홱 젖혔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난밤 흔적에 얼굴이 달아오를 법도 했지만 지금의 무나카타는 스오우가 저지른 짓에 대한 분노로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스오우는 처음엔 영문을 몰라 하다 이내 자신과 무나카타가 여전히 몸을 하나로 합쳐 있는 것을 보고서는 입꼬리를 올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미소는 무나카타의 새하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제 흔적을 보고서는 더 짙어졌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제 손길을 가져다댔다.

 

 

다리를 훑듯 검지 손가락이 탁하고 하얀 정액을 천천히 쓸어 올라갔고, 무나카타는 간지러운 느낌에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지만 그 손가락이 제 입가에 닿자 그는 질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뒤로 뺐다. 스오우는 낮게 쿡쿡 웃고는 제 손가락에 묻은 것을 자신의 혀로 핥은 후 말했다.

 

 

"어젠 그렇게 잘 먹더니 왜 그러시나, 셉터4 실장님? 식어서 그런가?"


"스오우!"

 

"아니면, 따뜻한 걸로 새로 줄까?"

 

 

더는 못 듣겠는지 무나카타는 능글맞게 웃으며 자신을 보는 그에게 뺨을 찰싹 때린 후, 그를 밀치며 그와 비로소 떨어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밤 동안 제 안을 가득 들어찼던 무언가가 훅 빠지자 그는 숨을 흡- 들이켰고 등줄기를 타고 짜릿한 감각이 타고 올라왔다. 그러나 서둘러 여길 나가야 된다는 생각으로 다리를 움직여 침대 밖으로 내린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도리어 그 움직임은 아까보다 더 짙고 더 많은 양의 액을 바깥으로 흘려보냈고 그 질척한 느낌에 무나카타는 이젠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그와 동시에 어제의 여파로 힘이 풀린 다리가 주저앉으려 하던 차 강한 두 팔이 그의 허리를 낚아 챘다.

 

 

순식간에 침대에 도로 눕혀 진 것에 뭐라 하기도 전에, 무나카타는 제 다리가 다시 벌려지면서 스오우가 그 사이로 자리 잡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벌린 제 두 다리를 양 어깨에 각각 걸쳤고 그러면서 제 아래가 훤히 드러나자, 그가 아침부터 일을 치르려고 하는 것을 단번에 직감했다. 당장이라도 한껏 위로 솟은 것을 제 안에 넣으려는 태세에 무나카타는 몸을 움직이며 저항했다.

 

 

"스오우! 이거 놔요!"

 

"어차피 내일까지 휴가잖아. 그리고 밤 동안 담고 있었으니 수월하기도 할 거고."

 

"스오우!"

 

"뭣하면 신년휴가 빼."


"무슨...! 신년부터 휴가-"

 

 

그러나 무나카타의 말은 넓게 벌어진 문으로 제 것을 밀어 넣음과 동시에 그의 입을 덮은 스오우의 입 속으로 말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방 안에는 두 사람의 달뜬 숨소리와 한 사람의 신음소리, 그리고 두 몸이 다시 하나로 합치면서 맞부딪치는 소리 등으로 가득 찼다.



***

 


그 날 오후.

 

 

둔사의 제 방에서 점심도 거른 채 자고 있는 후시미를 깨운 건 베개 옆에서 울리는 단말이었다. 모처럼의 연휴에 그간 쌓였던 피로와 수면 부족을 해결 중이던 그에게 요란하게 울리는 단말은 굉장히 달갑지 않은 소리였다. 제발 스트레인 사건이 아니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후시미는 손을 더듬어 발신자를 확인하지도 않고 한껏 잠긴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후시미...입니다..."

 

[...후시미냐?]


"?!?! ,미코토 씨?!"

 

 

후시미는 단말 너머 중저음의 목소리를 듣고서는 잠이 확 가시는 걸 느꼈다. 누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단말을 제대로 잡으며 단말의 화면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제 상사, 무나카타였다. 그런데 단말 너머의 목소리 주인은 한 때 제가 섬겼던 왕이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미코토씨가 왜 실장의 전화를 갖고 있냐고 물었으나 돌아온 스오우의 대답은 엉뚱한 것이었다.

 

 

[이 녀석, 월요일까지 휴가니까 그렇게 알아 둬.]


"그게 무-"

 

 

다짜고짜 용건만 말하고 전화를 끊은 스오우에 후시미는 잠시 멍 해져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단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다 스오우가 한 말을 다시 상기하고는 하나하나 곱씹었다.

 

 

[이 녀석, 월요일까지 휴가니까 그렇게 알아 둬.]

 

 

실장의 전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으니, 분명 '이 녀석'이라하면 실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후시미는 그가 지금 제 상사와 함께 있다는 것은 어렵잖게 파악했다.

 

 

그리고 월요일까지 휴가. 신년이 금요일이고 오늘은 토요일. 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일요일인 내일까지 3일간 꿀맛 같은 휴가 기간이었다.

 

 

그런데 월요일까지 휴가라는 건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이유에 후시미는 미간을 사정없이 구기고는 제 단말을 바로 꺼버렸다. 전원까지 확실히 꺼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혀를 크게 츳- 찬 후 방해받은 잠을 다시 자려 이불을 홱 덮어썼다.

 


하지만 어째 쉬이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그는 끄응-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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