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18

선물 (후편)

류제이르 2016. 2. 22. 00:29

* <선물 (전편)>에서 이어집니다.




마침내 저녁 7시가 되었다.

 

 

스오우를 만나러 공원에 갔다 온 후, 어떠한 스트레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늘 안에 결재를 필요로 했거나 검토해야 했던 서류들도 모두 다 본 터라 무나카타는 모처럼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자신의 ''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스오우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는 아마 전화 통화를 끝내자마자 무나카타의 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기다리는 건 그의 성미에 맞지 않는다 했으니 어쩌면 소파에 누워서 제 집 마냥 마음 편하게 자고 있을지도 몰랐다.

 

 

집에 있을 그의 생각으로 아까의 전화통화에서 낮게 쿡쿡 웃던 그의 웃음소리를 떠올린 무나카타는 몸을 흠칫 떨었다. 추운 겨울의 한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그는 큼큼- 한 뒤 옅게 달아오르려는 얼굴의 열을 애써 식히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

 


일주일 만에 돌아온 집에는 무나카타의 예상대로 스오우가 먼저 와 있었다.

 

 

그가 평상시에 입는 재킷은 식탁 의자에 걸쳐져 있었고 그 옷의 주인은 소파에 누워 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자고 있었다.

 

 

숨소리에 따라 천천히 오르내리는 그의 가슴을 본 무나카타는 어쩌면 자기 생각이 하나도 틀리지 않나 싶어 고개를 짧게 저었다. 그는 발소리를 죽이고 소파로 다가갔지만 스오우는 바로 제 옆의 인기척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이 잠자는 사자를 어떻게 깨워야 하나 생각하며 무나카타는 검지로 안경을 다시 고쳐 썼다. 그러다 이내 좋은 방안이 떠올랐는지 그의 입가엔 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



스오우를 무의식에서 깨운 것은 그의 몸 위에 내려앉는 누군가의 무게감이었다. 미간을 좁히며 일어나려는 그의 위에서 낮게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입술이 맞닿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랫입술을 가볍게 물며 촉촉- 입을 맞추는 것에 스오우가 반응하려할 때 겹쳐져 있던 입술이 떨어졌고, 그것에 짜증이 치밀어 올라 스오우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자 흐릿한 시야로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무나카타가 들어왔다.

 

 

"이제 일어났습니까? 스오우."


"...무나카타?"

 

 

아직 잠에 취해 몽롱한 황금빛 눈으로 올려다보며 부르는 것에, 무나카타는 피식 웃더니 고개를 숙여 다시 입술을 겹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조금 더 오래 입술을 맞닿았고 스오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무나카타의 입 안으로 망설임 없이 파고들었다. 불과 몇 시간 전,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키스를 한 두 사람이었지만 그걸로 부족했는지 느릿했던 그들의 입맞춤은 점점 농염해졌고 서로를 깊이 탐했다.

 

 

서로의 혀끝에서는 담배와 말차로 각기 다른 쌉싸름한 맛이 났지만 스오우와 무나카타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쓴맛을 탐닉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손은 일주일간 닿지 못했던 서로의 몸을 분주히 탐색했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가진 무나카타의 하얀 두 손이 스오우의 탄탄한 가슴을 덮고 있는 셔츠 위를 배회하면, 거칠면서도 따뜻한 스오우의 두 손은 무나카타의 등허리를 쓸어내리다 이내 그의 코트 뒷자락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가려져 있던 그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잡았고, 무나카타는 그 자극에 스오우의 입 속으로 신음을 흘려보내며 그의 혀를 더 얽었다.

 

 

마치 아무리 마셔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처럼 집어삼킬 듯 입안을 헤집던 키스는, 그러나 , 차오르는 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끊겨버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입술만 뗀 채 서로 이마를 맞대며 가쁜 숨을 고르었고 스오우는 잠시 이어졌다 끊어진 은사를 보고서는 무나카타의 입을 짧게 훔친 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깨우는 거라면 환영인데."

 

"오야? 너무 좋아하진 마시죠. 오늘만 '특별히' 그러는 거니까."


"헤에, 그러셔?"

 

 

무나카타는 스오우가 피식 웃으며 다시 자신의 입술을 탐하려 고개를 기울이자, 자신의 검지와 중지로 그의 입가를 막아섰다. 무나카타가 또 방해하는 게 못마땅했는지 그가 미간을 좁히자, 그는 쿡쿡 웃고는 스오우의 입가에 짧게 입을 맞춘 후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 뒤, 의아한 눈으로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스오우에게 묘한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오늘은 내가 할 테니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하아?"

 

 

무나카타는 대답 대신 입가에 지은 미소를 더 짙게 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미소에서 이유모를 야릇함이 담겨 있는 걸 느낀 스오우는 저도 모르게 몸이 흠칫 굳어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 지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는 무나카타에게서 시선을 절대 뗄 수 없었다.

 

 

스오우가 비로소 자신에게로 눈길을 고정시키자, 무나카타는 예의 그 미소를 유지하고 스오우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본 채 제 몸을 감싸고 있던 셉터4 제복의 코트 벨트를 풀어 코트와 함께 거실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 다음엔 베스트의 단추를 느릿하게 하나씩 풀었고 연이어 셔츠 안에 있던 스카프와 입고 있던 바지를 속옷과 함께 내렸다. 그렇게 언제나 정갈함을 보여주던 셉터4의 제복은 거실 바닥에 널브러지듯 놓였지만 무나카타는 개의치 않고 마지막으로 안경을 벗어 탁자 위에다 두었다.

 

 

생각지 못했던 무나카타의 '깜짝 선물'을 본 스오우는 입가에 짙은 미소를 띠며 그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았다. 새하얀 맨 다리에 허벅지를 간신히 가린 유니폼 셔츠, 그리고 풀어진 셔츠 단추 사이로 얼핏 보이는 그의 쇄골과 가슴은 스오우의 욕망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래의 중심부에 열이 몰리는 걸 느낀 스오우는 황금빛을 머금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에게 오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던졌고, 무나카타는 그것을 모른 채 하지 않았다.

 

 

고작 한두 걸음뿐이었지만 스오우는 그가 아주 더디게 오는 것으로 느껴져 미간을 좁혔고, 그의 무릎 위에 올라탄 무나카타는 쿡쿡 웃으며 좁혀진 그의 미간에 입을 촉- 맞추었다. 그런 다음엔 콧등을 타고 부드럽게 내려가며 입술을 훔치던 그는 목적지에 다다르자 두 손으로 스오우의 양 뺨을 감싸며 그와 다시 입을 겹쳤다. 느릿하게 키스를 나누며 스오우는 무나카타의 허리를 잡아 좀 더 자신의 위로 오게 했고, 아까와 달리 드러난 맨살에 와 닿는 스오우의 단단한 중심부에 무나카타는 짜릿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는 쪽- 소리 나게 입술을 뗀 후 스오우의 목덜미로 옮겨 고개를 파묻었고 오랜만에 맡는 스오우의 특유의 강한 머스크가 코끝을 자극하자, 나른한 한숨을 내쉬며 그곳을 간지럽히듯 혀로 핥고 흔적을 남겼다. 그러면서 스오우의 뺨에 두었던 두 손을 내려 그의 셔츠 안으로 밀어 넣어 탄탄한 복부와 가슴을 느릿하게 훑었고, 한껏 부푼 스오우의 앞섬 위에 자리한 제 엉덩이를 살짝 움직였다.

 

 

그 자극에 스오우는 당장이라도 무나카타를 밀어 눕혀 그를 안고 싶었지만 모처럼 받는 무나카타의 애무를 좀 더 즐기고 싶어 그의 등허리를 주무르며 계속 이어나가게 했다. 그러다 손길이 무나카타의 셔츠 밑으로 옮겨갔고 가장 은밀한 곳을 배회하자, 무나카타는 고개를 들어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자수정을 머금은 눈빛이 어딘가 못마땅한 기색을 띠는 것에 스오우는 왜 그러냐며 물었고 무나카타는 제 엉덩이를 감싼 스오우의 손을 치우며 말했다.

 

 

"말했잖아요. 오늘은 내가 한다고."


"그러니까 뭘 한다-"

 

 

그러나 스오우의 말은 망설임 없이 제 바지 버클과 지퍼를 푸는 무나카타로 인해 끝을 보지 못했다.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페니스가 드러날 정도로만 바지와 속옷을 내렸고 갇혀있던 것에서 풀려나 차가운 공기를 맞은 스오우는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 이미 위로 꼿꼿하게 솟은 그의 기둥은 단단하게 부풀어 있었고 선단에서는 프리컴이 흐르고 있었다. 무나카타는 양손으로 스오우의 페니스를 감싸더니 한손으로는 선단부터 뿌리까지 주물렀고, 남은 한손으로는 선단에서 흘러나오는 프리컴을 제 손가락에다 하나하나 묻혔다. 어느 정도 묻은 것을 확인한 그는 긴장한 듯 잠시 깊은 숨을 내쉬더니 스오우의 페니스를 감쌌던 손을 그의 가슴 위로 옮겼고 엉덩이를 들어 그의 액으로 적신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좁은 문으로 밀어 넣었다.

 

 

"...!"


"어이, 무나카타 너....."

 

 

스오우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불렀었도 무나카타는 대답하지 않고 연이어 중지와 약지를 넣었다. 오랜만에 제 안을 침범한 감각에 무나카타는 몸을 떨었고 가쁜 숨을 내쉬며 천천히 제 내벽을 넓혀 나갔다. 하지만 안에 있는 것이 스오우의 크고 거칠면서 따뜻한 손가락이 아니다 보니 그가 생각하고 기대했던 꽉 들어찬 느낌이 들지 않아 그는 앓는 소리를 내며 스오우를 불렀다.

 

 

", 스오우...흐읏...!"

 

 

무나카타의 아메지시트 두 눈이 반쯤 감겨진 채 파르르 떨리고 얼굴엔 발그레한 홍조를 띠면서 저를 부르는 것에 스오우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좁은 문을 넓히던 무나카타의 손을 빼내었고 그의 엉덩이를 당겨 곧바로 제 것을 안으로 들였다. 한 번에 밀어 넣은 탓에 무나카타는 숨을 흡- 들이켰지만 비로소 느끼고 싶었던 감각이 들어서자 양손으로 스오우의 가슴을 짚은 채 안을 가득 들어찬 감각이 적응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허리를 놀렸다.

 

 

너른 거실에는 곧 두 사람의 달뜬 숨소리와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퍼지면서 서늘했던 공기를 뜨끈하게 덥혔다. 그것을 증명하듯 무나카타의 셔츠는 땀으로 젖어들면서 유두와 복근의 실루엣을 고스란히 들어냈고, 그의 스팟만을 집요하게 쳐대는 스오우의 얼굴 옆으로도 땀 한 줄기가 타고 흘렀다.

 

 

"...! ...! 하흣...!"


"...!"

 

 

일주일 만에 관계를 가지는 탓인지 제 것을 집어삼킬 듯 꽉 조여 오는 내벽에 스오우는 이를 악 물며 낮은 신음을 흘려보냈고, 그와 사정이 다르지 않았던 무나카타는 가감 없이 신음을 내며 스오우의 위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위아래로, 앞뒤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 과정에서 새하얀 허벅지를 간신히 가린 셔츠 사이로 꼿꼿하게 선 무나카타의 페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했고 선단과 맞닿은 셔츠 자락은 이미 프리컴으로 젖어 있었다. 거기다 제 것을 품었다가 풀어내는 무나카타의 아래를 보노라니 급격한 사정감이 몰려들어 스오우는 벌어진 무나카타의 엉덩이를 꽉 움켜잡은 채 스팟을 강하게 찌르며 그의 안을 적셨다. 몰아치듯 찾아온 쾌락과 함께 안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기운에 무나카타는 탄성을 내지르며 자신의 셔츠와 스오우의 셔츠를 제 것으로 물들인 후 그의 가슴 위로 풀썩 쓰러졌다.

 

 

열락에 들뜬 숨을 고르기도 잠시, 오랜만의 정사로 두 사람은 나른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다시 달아올랐다. 만나지 못했던 7일간 서로의 몸은 서로를 그렸던 것인지 스오우는 두 팔로 무나카타를 끌어안았고 무나카타도 스오우의 목에 두 팔을 두르며 안겼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입을 맞추기 시작했고 그들의 키스는 공원에서 나누었던 것처럼 서로를 놓치지 않겠다는 혀를 얽으며 입안을 깊게 파고들었다.

 

 

키스가 점점 더 깊어지면서 무나카타의 안에 있던 스오우의 욕망은 다시 크기를 키워나가 내벽을 가득 들어찼고 그 느낌을 고스란히 받은 무나카타는 신음을 스오우의 입 안으로 흘리며 엉덩이를 조금씩 움직였다. 그것을 마치 어떤 신호로 여긴 스오우는 먼저 입술을 떼더니 무나카타를 두 팔로 안은 채 누워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고도 없이 몸이 들린 것에 무나카타는 깜짝 놀라 재빨리 두 다리로 스오우의 허리를 감았지만 아까와 달리 그의 페니스가 제 안을 더 깊이 파고들자 몸을 바르작 떨며 그에게 더 매달리듯 안겼다.

 

 

스오우는 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무나카타의 푸른 머리칼에서 무나카타 특유의 시원한 체향과 그가 즐겨 쓰는 샴푸향을 맡자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침실에 다다르자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졌고 그는 무나카타를 문 쪽으로 밀어 붙여 그의 등이 문과 맞닿게 했다. 무나카타는 딱딱한 문에 등이 부딪히듯 닿은 것에 잠시 앓는 소리를 냈으나 스오우가 곧바로 제 목덜미에 고개를 묻으며 혀로 핥고 자국을 남기듯 깨물자 얕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뒤로 젖혀 그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스오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하얀 목덜미에 붉은 순흔을 남겼다.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목 여기저기에다 입술을 옮겼고 그가 지나간 곳엔 열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 있었다. 마치 이 남자가 내 것이라 보여주는 표식에 스오우는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만족감에 미소를 짙게 지으며 두 손으로 무나카타의 허벅지를 받친 후 사정없이 위로 쳐올렸다.

 

 

무나카타는 다시금 제 스팟을 찔러오는 스오우의 추삽질에 숨을 힉- 들이켰지만 이내 그의 페이스에 맞춰 허리를 위아래로 놀렸다. 점점 빨리지는 속도에 스오우의 허리를 감은 두 다리에도 힘이 들어갔고 무나카타의 신음도 짧아졌다.

 

 

"...! ...! 으읏...!"

 

 

반복적으로 그의 안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다 보니 무나카타의 셔츠가 위로 말려 올라가면서 가리고 있던 페니스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다시금 고개를 빳빳하게 든 그의 성기는 이미 선단에서 흘러나온 프리컴으로 젖어 있었고 파정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오우는 벌써 절정에 다다르고 싶지 않아 하던 추삽질을 멈추었고 무나카타의 가슴에 고개를 묻으며 잠시 가쁜 숨을 골랐다. 한편, 무나카타는 황홀경에 젖게 하던 움직임이 갑자기 없어지자 짧게 앓는 소리를 내더니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내렸다. 그러나 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문과 맞닿아있던 등이 허전해지더니 어느 새 스오우가 침대 헤드에 기대앉은 채 자신을 마주보고 있었다.

 

 

연이어진 정사로 인해 불꽃을 연상케 하던 그의 붉은 머리는 흐트러져 차분히 내려왔고 그의 셔츠는 땀으로 인해 젖어 그의 탄탄한 복근과 가슴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오직 황금빛 두 눈만이 어두운 방 안에서 빛을 반짝였는데 그 눈빛이 마치 먹이를 잡아먹을 것 같은 사자의 그것과 닮아 무나카타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 떨림을 느낀 스오우는 낮게 쿡쿡 웃더니 무나카타의 셔츠를 망설임 없이 양옆으로 뜯어냈다.

 

 

"!"

 

 

셔츠의 단추가 힘없이 튕겨져 나가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무나카타는 무슨 짓이냐며 스오우에게 따지려 들려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제 전립선을 다시 찌르기 시작한 그의 움직임으로 허사가 되었다.

 

 

", 스오우...! ...!"


"오늘 꽤나, , 적극적이던데 지금도, , 움직여보지 그래?"

 

 

스오우가 두 손으로 엉덩이를 움켜잡아 아래로 내리자 더 깊숙이 제 안으로 들어오는 감각에 무나카타는 마치 깊은 어딘가로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두 팔로 스오우의 목을 감싸 안고 두 다리를 세워 그의 허리를 감은 채 매달리며 아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오우도 비로소 허리를 놀리며 속도를 높여나갔고 그에 따라 스오우의 페니스를 조이는 좁고 뜨거운 내벽도 한층 더 강하게 그것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무나카타가 먼저 절정을 맛보는 걸 보고 싶었던 스오우는 무나카카타의 엉덩이를 붙잡았던 손 하나를 풀어 그의 페니스를 뿌리부터 선단까지 거칠게 주물렀다. 크고 따뜻한 손이 제 것을 감싼 것에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이름을 외치며 그의 손에 파정했고 오래지 않아 스오우도 안에다 제 욕정을 토해냈다.

 

 

두 번의 사정으로 스오우의 셔츠와 바지는 무나카타의 것으로 뒤덮여버렸지만 당사자는 신경 쓰지 않고 제 품에 기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무나카타를 한 팔로 끌어안으며 그의 등을 위아래로 부드럽게 쓸어 올렸다.

 

 

스오우의 손길을 느끼면서 나른한 후희를 즐기던 무나카타는 셔츠만 입은 자신과 달리 그가 여전히 옷을 다 입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이미 스오우의 옷은 땀과 정액으로 더럽혀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뭔가 불공평하다 여겼는지 미간을 좁히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째릿 노려보았다.

 

 

그러나 지금 그가 짓고 있는 표정은 스오우에게 위협은커녕 오히려 자극을 주었다는 것을 그는 몰랐다.

 

 

열락에 다다랐던 탓에 하얗던 그의 얼굴은 짙지도 옅지도 않은 홍조로 물들여져 있었고 자수정 빛을 머금은 두 눈은 연이어진 정사로 인해 그리 매서운 빛을 띠지 못했다. 이 녀석 지금 날 노려보는 건가 싶어 스오우가 재밌다는 듯 쿡쿡 웃자 무나카타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뭐가 우스운 겁니까? 누구는 거의 다 벗었는데 당신은 여전히 옷을 다 입고 있고."


"너 지금 표정, 알기나 하냐?"


"내 표정이 왜요?"


"그게 노려본 표정이라면 한참이나 잘못 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그러나 스오우는 무나카타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이내 한 쪽 입꼬리를 올린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네 말은 너만 다 벗고 있어서 싫다는 뜻이군."

 

 

뜻대로 해주겠다며 스오우는 제 것을 그대로 무나카타의 안에 넣은 채 몸을 기울여 그를 침대에 눕힌 후 땀과 무나카타의 흔적으로 얼룩진 자신의 셔츠를 망설임 없이 벗어 던졌다.

 

 

비로소 드러난 그의 탄탄한 상체에, 무나카타는 바뀐 자세에 대해 불평을 하려다 말았다. 분명 자신과 똑같은 키에 비슷한 체격이었지만 스오우는 어째서인지 자신보다 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을 지녔다. 물론 그렇다고 무나카타가 그러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스오우의 가슴과 복근을 볼 때마다 한 번씩 드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을 느낀 스오우는 미소를 더 짙게 지으며 무나카타 쪽으로 몸을 숙이더니 그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넌 내 가슴보다 이걸 더 좋아하지 않아?"


"......!"

 

 

그제야 무나카타는 다시금 제 안에서 크기를 키운 스오우의 기둥을 느끼고는 숨을 흡- 들이켰다. 그와 동시에 그를 둘러싼 내벽이 움찔거리며 반응하자 무나카타는 더는 안 된다며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어내려 했다.

 

 

"당신은 지치지도 않습니까? 오늘따라 왜 이렇게 힘이 넘쳐요?"

 

"네가 그리웠나보지."

 

"스오우!"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이지 않아?"


"......"

 

 

잘도 그런 말을 한다고 덧붙이려던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물음을 듣고는 고개를 돌려 그에 대한 답을 회피했으나, 사실 스오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셉터4 내 개인실에서 지낸 처음 이틀은 늘 성가시게 하는 남자가 여기로 올 일은 없을 거니와       스오우는 셉터4 내에 무나카타의 방이 있다는 걸 아직 몰랐다       자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에 한시름을 놓았더랬다.

 

 

그러나 걸핏하면 제 집에 들어와서 스오우와 함께 밤을 보낸 그의 몸은 달랐다. 분명 히터를 튼 방 안은 따뜻했지만 침대 옆 비어있는 자리만큼은 서늘해 무나카타는 이불을 어깨까지 덮으며 허전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려 했었다. 특히 그 감각은 다음날 아침에 무나카타가 홀로 침대에서 깨어났을 때 더욱 강해져 그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짧으면 하루, 길면 이틀을 스오우와 함께 아침을 맞이했기에 무나카타의 몸은 제 옆에 부재한 상대의 온기를 그리고, 부르고 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따뜻하면서, 때로는 저를 집어삼킬 듯 불타오르는 스오우의 온기를.

 

 

그래서 무나카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비어있는 제 옆자리를 손으로 한번 쓸어보거나 그와 함께 맞이한 아침을 떠올리곤 했다. 제 옆에서 고른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잠든 그의 얼굴도 함께.

 

 

그렇게 일주일 중 5일을 공허한 기분으로 하루를 맞이하며 보다보니 오늘 오후, 스오우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무나카타는 놀란 한편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설렘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하지만 단말 너머의 그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지 않길 바라서 예의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답한 후 그를 만나러 간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스오우는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무나카타가 자신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러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다 제 본심을 감추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는 걸.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늘 먼저 시작한 건 무나카타 자신이었던 터라, 이 남자에게서는 이젠 뭐든 숨길 수 없겠다 싶어 그는 더 이상 괜한 고집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그가 그러한 마음을 먹음과 동시에 그의 턱이 스오우의 오른손에 붙잡히면서 그는 스오우를 다시 마주보게 되었다.

 

 

"무나카타."

 

 

중저음의 낮은 톤이 저를 부르자, 무나카타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뜨며 나른한 숨을 내쉰 후 황금빛 두 눈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눈엔 무나카타를 안겠다는 욕망이 서려 있었지만 아까와 달리 대놓고 드러나진 않았다. 거기다 그의 눈이 온전히 자신만을 담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그리며 오른손을 들어 스오우의 뺨을 감쌌다. 스오우는 그의 손길에 고개를 기대더니 이내 제 뺨을 감싼 무나카타의 손을 제 손으로 덮으며 손바닥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 간질거리는 느낌과 제 손을 덮은 크고 거친 손에서 나오는 온기에 무나카타는 스오우의 허리에 감았던 두 다리를 더욱 감으며 그를 자신 쪽으로 당겼고 그의 입술을 제 것으로 먼저 겹쳤다.

 

 

그들이 나눈 키스는 아까와는 달리 조급함이 전혀 없는 느릿한 입맞춤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혀를 부드럽게 감는 그 움직임에는 서로를 향했던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겨 있었고 둘은 그 느낌을 지우고 싶지 않아 속도를 굳이 높이지 않았다. 그리고 하나로 이어진 몸을 그 페이스에 맞춰 조금씩 느리게 움직여 나갔다.

 


***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안고 품기를 반복하던 그들의 느릿하면서도 격정적이었던 정사는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지만, 우습게도 먹을 것을 달라는 신체 내부시계로 인해 잠시 중단되었다.

 

 

그도 그럴 게 무나카타가 집으로 도착한 7시는 평소 그가 저녁을 먹는 시간이었다. 저녁을 건너뛰고 관계를 갖는 바람에 내부시계가 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뭐라도 먹어야 했지만 스오우는 못마땅한지 뚱한 표정을 지었고, 무나카타는 의아해하며 저녁 안 먹을 거냐고 물었다 돌아온 그의 답을 듣고는 얼굴이 화악 달아올라 베개를 그의 얼굴에다 가차 없이 던졌다.

 

 

"계속 널 먹었는데 배고플 리가."

 

 

인간의 3대 욕구라는 식욕, 수면욕, 성욕 중 아무래도 스오우는 가장 후자와 가운데의 욕구를 우선순위로 갖고 태어난 게 틀림없다는 제 생각을 확신하며, 무나카타는 스오우를 흘겨보고는 하나로 이었던 몸을 떼어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접합부였던 곳에서 허벅지를 타고 백탁액이 흘러내리자 무나카타는 몸을 흠칫 떨었다. 오랜만에 가진 정사였기 때문인지 짙기도 짙었지만 양 또한 많아 그것을 본 그는 귀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고개를 푸욱 숙였고, 스오우는 재미있었는지 쿡쿡 웃었다 2차로 얼굴을 베개로 맞았다.

 

 

무나카타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 뒤 몸도 안 씻고 시트도 안 치우면 쫓아내겠다는 엄포를 놓고 먼저 욕실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욕조에 뜨끈한 물을 받고 씻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온 몸이 찝찝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결국 샤워를 택한 그였다.

 

 

무나카타가 샤워기에서 온수를 틀고 머리와 몸을 씻자, 곧 욕실에는 자욱한 김이 가득 퍼졌다. 쏟아져 내리는 따뜻한 물줄기를 맞으며 무나카타는 몸에서 느껴지는 끈적함을 미련 없이 씻겨 내렸고,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던 스오우의 흔적도 말끔히 씻겨 나갔다. 하지만 그것은 고작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는 아직도 무나카타의 안에 가득 들어차 있어 그는 낮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오랜만이다 보니 서로에게 빠져들어 쉼 없이 정사를 가졌다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이번에는 너무 많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 없었고 불현듯 떠오르는 몇 십분 전의 일에 무나카타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찬물을 급히 틀어 다시 달아오르려는 얼굴을 식혔다.

 

 

몇 분간 냉수를 맞으며 간신히 열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무나카타는 다시 온수를 틀고 몸을 마저 씻으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어떤 힘에 의해 갑자기 뒤로 돌려졌다.

 

 

"스오우! 뭐하는...!"

 

 

어느 새 제 뒤로 다가와 다짜고짜 입부터 맞추는 스오우 때문에 무나카타의 말은 그의 입 속으로 말려들어갔다. 밀착된 몸에서 느껴지는 당당한 그의 존재감에 무나카타는 몸이 흠칫 굳었다. 그는 자신을 잡아먹을 듯 키스하는 그의 입맞춤을 겨우 끊고 말했다.

 

 

"당신, 언제 들어온 겁니까?"

 

 

"조금 전에. 시트도 갈았으니까 이제 씻으면 되는 거지 않냐?"

 

 

그러나 스오우의 '씻는다'가 의미가 영 꺼림칙했던 무나카타는 미간을 좁히더니 좀 떨어지라며 그를 밀어낸 후 다시 앞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무나카타는 곧 자신이 벽과 거의 맞닿아 있음을 알아챘고 스오우의 거친 손이 제 엉덩이를 움켜잡자 깜짝 놀랐다. 이 인간이 기어이 여기서 또 일을 치르려는 것에 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스오우! 이거 놔요!"

 

 

"어차피 물로 다 씻겨나가는데 무슨 상관이냐?"

 

 

"이 짐승! 그 말이 아니- !"

 

 

그를 질책하려던 무나카타는 한 번에 밀고 들어온 스오우 탓에 말을 맺지 못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미 다섯 손가락 넘게 가진 정사로 그의 아래쪽 문과 내벽은 넓게 풀어져 있어 한결 수월했으나, 다시 제 안을 가득 들어찬 감각에 무나카타는 새된 신음을 흘리며 뒤에서 저를 사정없이 밀어붙이는 스오우의 추삽질을 받아내었다. 하지만 연이어진 관계로 무나카의 몸은 힘에 부쳐 스오우의 페이스에 따라가지 못하고 그가 움직이는 대로 흔들렸고, 두 팔을 벽에 갖다 댄 채 지탱하고 있던 상체는 물기에 미끄러져 앞으로 고꾸라지려했다.

 

 

스오우는 그것을 알아채고는 두 팔로 무나카타의 허리를 단단히 안고 그의 몸과 벽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그런 뒤 허리에 둘렀던 팔 하나를 풀어 자신의 관심을 요하는 무나카타의 페니스를 감싸며 그의 스팟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흐읏...! ...! , 스오우...!"

 

 

"후우......!"

 

 

욕실에 퍼지는 샤워의 물줄기 소리와 귓가에 바로 와 닿는 스오우의 거친 숨소리는 무나카타에게 생경한 자극을 선사했고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몸은 그 자극에 솔직하게 반응했다.

 

 

스오우는 무나카타가 제 이름을 외침과 동시에 그를 감싼 손이 온수가 아닌 따뜻한 무언가로 적셔지는 것을 느끼고는 그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으며 내벽을 다시 한 번 제 것으로 채웠다. 마치 동굴처럼 깊은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가 제 귓가에다 가쁜 숨을 내쉬며 저를 부르며 몸을 기댄 것이 무나카타가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



다음날 늦은 아침.

 

 

어제의 여파로 평소 기상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일어난 스오우보다 먼저 몸을 씻고 지난주처럼 거실에 엎드려서 퍼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와 다른 풍경이라면 셔츠 위로 드러난 그의 허리 위엔 뜨거운 핫팩이 얹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욕실에서의 정사를 끝으로 기절한 무나카타는 그 길로 잠들어 오늘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다시 떴다. 잠시 멍 해졌던 그의 정신을 깨운 건 자신을 등 뒤에서 끌어안고 자는 스오우의 깊은 숨소리였고 그제야 어제 욕실에서의 일을 떠올린 무나카타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그를 홱 밀쳤고, 스오우는 그 반동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이어진 두 사람의 실랑이. 욕실에서 '씻는다'는 의미를 곡해하는 건 너 밖에 없다는 무나카타와 잘 즐겨 놓고 이제 와서 빼기냐고 받아치는 스오우의 설전이 이어졌으나, 그렇다고 마구 밀어붙이면 어쩌냐며 무나카타가 등짝을 퍽퍽 때리자 결국 두 손을 든 건 스오우 쪽이었다. 그는 무나카타가 힘없이 풀리려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주고 욕실로 가자, 저도 따라가려 했다가 들어오면 그 상태에서 바로 집 밖으로 쫓겨날 거라는 경고에 결국 침대 헤드에 기대 앉아 그가 샤워를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

 

 

맨살에 맞은 홧홧한 등짝의 감각이 서서히 무뎌질 즈음, 무나카타는 푸른색 샤워 가운을 입고 나왔고 스오우는 아쉬움에 입맛을 쩝 다셨다 무나카타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았다. 그러나 스오우는 신경 쓰지 않고 몸을 일으켜 세워 김이 자욱한 욕실로 들어섰다 잠시 후 무나카타를 불렀다. 이번엔 또 뭔가 싶어 무나카타가 욕실로 돌아봤을 때 그에게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건 하나가 던져졌고 무나카타는 놓치지 않고 받아냈다. 스오우는 고개만 슬쩍 뺀 채 무나카타가 수건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는 수건 찜질이나 하고 있으라 덧붙인 후 욕실 문을 탁- 닫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무나카타는 잠시 눈을 깜빡였지만 스오우의 말을 상기하고는 싫지 않은 미소를 짧게 지었다. 그래서 유카타 대신 집에서만 입는 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스오우가 준 선물을 챙기고 거실로 자리를 옮겨 새로이 맞출 퍼즐과 일주일간 미완성으로 남은 퍼즐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는 스오우가 어제 준 퍼즐 조각은 맞추지 않고 그대로 둔 채 다른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한편, 샤워를 끝낸 스오우는 무나카타가 욕실 문 근처에 두고 간 검은색 면바지를 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거실로 나왔다. 그는 무나카타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허리 찜질을 하며 퍼즐을 맞추고 있는 것을 보자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이 선물로 줬던 퍼즐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의아해 그에게 물었다.

 

 

"그거 왜 안 맞추고 있냐?"

 

 

무나카타는 고개를 들어 스오우를 올려다보았다. 셔츠는 입지 않고 바지만 입은 것에 그는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예의 그 퍼즐 조각을 들어 스오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당신이 직접 맞춰요."

 

 

입가에 그려진 장난기 어린 그의 미소를 본 스오우는 쿡쿡 웃더니 곧바로 무나카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는 그에게서 퍼즐 조각을 받아 어렵지 않게 비어있는 한 곳을 완성했다. 완성된 퍼즐은 커다란 보름달이 뜬 몽환적 분위기의 밤을 배경으로 파도 위를 도약하는 돌고래와 인어의 퍼즐이었다.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 퍼즐을 보는 두 사람의 입가엔 어딘가 만족스럽고 뿌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쳤고 둘은 푸스스 웃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레 입술을 겹쳤다.

 

 

두 사람 다 샤워를 하면서 이를 닦았다보니 서로의 입 안에선 상쾌한 피톤치드 향이 감돌았고 그 안을 배회하고 훑는 혀의 움직임은 부드러우면서도 거칠었다. 그 입맞춤에 무나카타는 머리가 아찔해졌으나 제 몸이 눕혀지면서 드러난 셔츠를 더 위로 걷어 올리는 손길을 느끼고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안 그래도 어제의 여파로 허리가 욱신한데 여기서 더 했다간 아무리 내일 푹 쉰다해도 곧바로 회복될 것 같진 않았다. 거기다 지금의 스오우로 봐선 분명 내일도 자신과 함께 있을 태세라, 월요일 출근의 위협을 느낀 무나카타는 키스를 먼저 끊고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

 

 

"스오우! 이 이상 하면...!"


"하루 쉬어. 안 봐줄 거니까."


"무슨...! 어제로도 만족이 안 된다는 겁니까!"


"너는 몇 번이고 안아도 부족해."


"......"

 

 

직설적인 대답에 무나카타가 할 말을 잃은 틈을 타, 스오우는 다시 그의 입술을 제 것으로 덮었다. 그러면서 무나카타의 등허리를 양 손으로 부드럽게 쓸다 거의 다 식은 수건이 그의 손에 잡혔고 그는 수건을 곧바로 빼내더니 잠시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켜 소파에 있던 쿠션 하나를 들고 왔다. 그 쿠션을 무나카타의 허리 밑에 받치고 나서야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키스로 달아오른 무나카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무나카타는 스오우가 잘 이어가던 키스를 갑자기 끊어 의아했지만 곧 허리 밑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감각에 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스오우는 피식 웃은 후 다시 무나카타에게로 몸을 숙여 아메지스트를 머금은 두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허락을 구하는 듯 그의 황금빛 눈이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쳐다보는 것에 무나카타는 고개를 짧게 저은 후 못 말린다며 덧붙인 후 안경을 벗고 두 팔로 스오우의 목을 감싸 안았다.

 

 

자수정을 담은 눈의 주인이 아름다운 색을 감추며 입을 맞춰오자 스오우는 흡족한 미소를 만연히 띠우며 그의 입맞춤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